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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소영 국회의원이 작성한 계엄령 논란 당시 상황에 대한 기록
계엄 당시 상황에서 갑자기 반국가단체, 종북단체로 지정된 개인이 작성한 기록이 화제다.
군대가 있어서는 절대 안 될 장소에서, 명령에 의해 파견된 전투부대와 마주하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얼마나 불안과 공포에 떨었을까?
치열하게 싸우면서도 아주 잘 기록한 장문의 글이다.
유튜브 영상이나, 클립만으로 마주할 수 없는 그날의 타임라인을 이소영 국회의원이 작성한 기록을 통해 마주해보자.
참고로 이소영 국회의원은 <내란죄 수사를 위한 기록>을 국가수사본부와 검찰에 진술서로 보냈다.
이소영 국회의원 프로필
이소영 국회의원이 작성한 그날의 기록
1.
지역 행사를 마치고 의왕시 자택에 있던 중 밤 10시 38분경 처음 '비상계엄 선포' 뉴스를 발견합니다.
그때부터 몸조심하고 국회로 빨리 와야 한다는 연락이 쏟아집니다.
집 밖에서 체포될지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는 당부를 받고, 주차장까지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집 밖을 나섰습니다.
태어나서 한 번도 '계엄'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저는 이게 실제상황이라는 게 전혀 실감되지 않았습니다.
2.
밤 11시 40분경 차로 국회 근처에 도착했고, 이미 경찰이 모든 출입문을 폐쇄하고 통제하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민주당 의원 대화방에 '정문에선 신분증을 보여주면 출입이 가능하다'는 글이 올라온 걸 보고 정문으로 갔습니다.
경찰들과 시민들이 엉켜 실랑이를 하고 있었는데,
국회의원 신분증을 보여주며 출입을 요청했지만 경찰은 들어갈 수 없다는 답변만 반복했습니다.
정문에서 몇 분 간 실랑이 끝에 포기하고 나오니,
대화방에 '쪽문으로 들어왔다'는 메시지가 있어서 쪽문으로 뛰어갔습니다.
쪽문에서도 철문 안에 있는 경찰들이 국회의원이라도 출입할 수 없다는 말을 반복했고, 낙담하며 쪽문을 등지고 떠나는 중에 이학영 부의장(72세)이 높은 철문을 맨손으로 넘고 계셨습니다.
경찰은 철문 위에 올라간 부의장님을 밀어내려고 했고, 시민들은
"이 분이 국회 부의장이다. 건드리지 마라" 소리를 쳤습니다.
부의장님은 무사히 철문을 넘어가 진입하신 걸로 보였지만, 저는 제 키보다 높은 철문을 도저히 넘을 자신이 없어서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국회 담장을 따라 계속 오른쪽으로 이동했습니다.
모든 담에는 이미 군데군데 경찰이 깔려 있었습니다.
담을 넘은 사람을 경찰 두 명이 달려와서 붙잡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경찰이 없는 곳을 찾아 계속 달리고 달렸습니다.
한참을 달려, 국회 본청 뒤편 운동장 쪽 끝부분에 다다랐을 때 몇몇 사람이 담을 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저도 그곳에서 시도를 했습니다.
평생 뜀틀 넘는 것도 성공해 본 적이 없는데, 제 얼굴 높이가 되는 담을 넘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옆에 있던 분의 도움으로 겨우 넘어가는데 옷이 찢어지고 손바닥에선 피가 났습니다.
심하게 찢어진 옷을 가리기 위해 함께 있던 보좌진의 긴 검정패딩을 빌려 입고,
본회의장이 있는 본청 후문에 겨우 도착합니다.
3.
그런데 그곳에 총을 든 군인들이 있었습니다.
출입문을 지키는 경찰을 봤을 때도, 국회 운동장에 있는 헬기를 봤을 때도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무장한 군인 십여 명이 저를 막아서자 온몸에 소름이 돋고 두려움이 엄습했습니다.
후문으로 들어가려는 저를 총든 군인들이 제지했고, 저는 국회의원 신분증을 꺼내
'왜 제가 들어가지 못하냐'라고 계속 물었습니다. 군인들은 '위에서 지시가 내려와 어쩔 수 없다'며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함께 있던 이재정 의원님과 함께, 의원회관으로 가서 지하통로로 이동하는 방법과 셔터가 내려져 있는 작은 쪽문에 숨어서 사무처에 문을 열어달라고 할까 의논을 하다가, '방금 본청 2층 정문으로 들어간 사람이 있다'는 메시지를 받고
2층으로 올라가는 경사면으로 전력을 다해 뛰었습니다.
거기선 총든 군인들과 보좌진으로 보이는 분들이 회전문 앞에서 실랑이를 하며 대치하고 있었고, 그 와중에 닫혀 있는 자동여닫이 문 쪽에서 국회 경호직원으로 보이는 분이 군인들의 시선을 피해 제 몸 하나가 겨우 들어갈 틈을 만들어 저를 틈 사이로 넣어주었습니다.
그 틈으로 들어가며 '이제 살았다'는 안도감이 밀려왔습니다.
매일 오르던 로텐더홀 계단을 오르며 심장이 요동치고 다리가 후들거렸습니다.
4.
그렇게 12시 20분쯤 무사히 본회의장에 들어갔지만, 충격이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담을 넘고 총든 군인들을 피해 본청에 들어온 모든 과정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전쟁이 난 것도 아닌데, 국회는 군인들이 포진한 전쟁터였습니다.
오래 뛰어서 숨이 가빴고, 두려움을 느껴선지 숨쉬기가 힘들었습니다.
옆에 있던 동료 의원이 심호흡을 유도하며 진정을 시켜 주었습니다.
그렇게 본회의장 자리에 앉아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을 기다리는 40여분의 시간 동안,
바깥에서 계엄군이 유리창을 깨고 본청에 진입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일부 의원님들이 실시간 동영상을 보며 계엄군 진입 상황을 알려 주었습니다.
150명 이상의 국회의원이 본회의장에 앉아 있는데,
계엄군이 왜 본청에 진입하려 하는 걸까.
우리를 체포해서 구금하려는 이유 밖에 없을 텐데 체포되면 어디로 가게 될까,
그 이후는 어떻게 도리까. 많은 생각이 머릿속에 복잡하게 스치며, 체포되기 전에 영상 중계가 시작되어 체포과정이 국민들에게 알려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행히 바깥에서 우리 당직자들과 보좌진들이 사력을 다해 막고 있다는 애기가 들려왔고, 의원들의 집결과 의장의 안건 상정이 실기하지 않은 덕분에 군인들이 들이닥치기 전인 새벽 1시경 우리는 계엄해제 요구안을 의결했습니다.
표결을 마치고도 꽤 한참을 지나서, 군인들이 철수하고 있다는 애기가 들렸습니다.
지금도 꿈을 꾼 것 같습니다. 12월 3일 밤,
표결이 조금만 늦었더라도 그 군인들은 상부의 명령에 따라 본회의장에 진입해서 의원들을 잡아갔을 거고, 그랬다면 저는 지금 과천 방첩사 지하 벙커에서 수갑을 차고 계엄사령관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그 일당들은 밤 11시에 국회를 봉쇄하면 계엄해제 의결을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순진한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야당 국회의원들의 담 넘는 실력을 얕보았을 뿐 아니라, 뜀틀 한번 못 넘어본 저 같은 사람까지 사력을 다해
군인들을 뚫고 모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통해, 아주 명백히,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습니다.
이것은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며 수많은 증인과 증거가 있습니다.
이것은 헌법적으로 대통령에게 허용되는 권한이 아니므로 대통령은 직권남용을 저지른 것일 뿐 아니라, 논란의 여지없이 내란죄에 해당합니다.
결과가 허접했기에 다행이지, 진짜 긴박한 상황이었음이 여러 경로로 확인이 된다.
아직도 "계엄"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충격이 생생하다.
국회가 조금만 느렸어도 아직도 계엄령 상황에 언론은 검열되고 있었을지 모른다.
군인들이 태업했다는 둥 헛소리하는 작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글이다.
얼마나 긴박했던 상황인지 글만 읽어봐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행동으로 보여주신 시민들의 희생정신 역시.
우리가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는 희망이 된다.
손가락이 부러진 국회의원, 옷이 찢어지고, 손바닥에 피가 난 국회의원.
절대로 별일이 아닌 게 아니다.
시민들과 보좌관, 국회 직원들이 필사적으로 저항했기에 선을 못 넘은 것뿐이다.
출동이 더 빨랐고, 저항이 더 적었다면 분명 국회의원 체포가 이뤄졌을 것이다.
그날을 기억하자. 민주주의를 지킨 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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